상설전시 작가의식의 싹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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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 고유의 세계관과 스타일로 자기만의 영화세계 만들기에 천착하는 시기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은 자료들, 수십 년의 흔적을 간직한 원본 시나리오와
원작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트로트, 포크송, 팝송 등의 다양한 영화음악을 영상과 함께 즐기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데뷔 후 10여 년간 유행을 좇는 장르영화들을 양산했던 임권택 감독은 차츰 흥행만을 목적으로 하는 생계형 고용감독의 처지를 비관하게 된다.
인기 감독으로 더 많은 연출 제의를 받을수록 마음은 공허했던 것이다. 영화감독직에 대한 근원적 회의에 빠진 그는 1970년대 중반 이후 비슷한
영화를 기계처럼 찍어내는 ‘기술자(장인)’에서 그 자신의 세계관과 스타일로 세상을 담아내는 ‘영화 작가’로 변화를 꾀하게 된다.
두 편의 문제작: <잡초>(1973)와 <족보>(1978)
임권택의 새로운 야심은 미국영화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 한국 사람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1970년대 이후 임권택은 한국적 삶의 리듬과 정서,
정신세계가 투영된 영화를 창작하기 위해 소재와 서술방식, 형식의 실험을 거듭했다.
미국영화가 담지 못한 한국영화만의 차별성을 찾겠다는 그의 이런 목표가 최초로 결
실을 맺게 된 두 영화가 <잡초>(1973)와 <족보>(1978)였다. 이 중 <잡초>는 임권택
감독이 직접 제작까지 맡아 스스로 ‘진정한 데뷔작’이라 부르지만, 필름이 유실되어 시나리오로만 전해진다.
세 가지 화두: 길의 미학, 심도의 연출, 인본의 철학
감독으로서 자의식이 강해진 이후 임권택은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 생각의 토질을 어떤 그릇에 담을 것인가를 화두로 삼았다. 인본주의에 입각한
이야기를 창작하면서 그는 자신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형식을 가다듬어 나갔다. 형식에 대한 탐색은 인생을 은유하는 길의 이미지, 삶의 깊이를
형상화하는 심도 있는 연출로 나타났다.